내공이 강한 사람은 상대의 심금을 울린다.
매실명인으로 알려진 홍쌍리 여사와 석탄주(惜呑酒)를 빚는 송영종 선생이 그렇다.
두 사람은 발효식품 전문가다.
무엇보다 인생의 황혼기를 황금기로 발효시킨 인생의 연금술사다.
홍 여사는 매실 농장을 50여년간 일구었다. 가지 전정, 제초 작업, 매실 수확 등 농장일은 여성에게 중노동이다.
섬진강 백사장과 푸른 물결이 하얀 매화와 어우러지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애환(哀歡)은 애상(哀想)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애환은 시와 노래가 되었고, 그녀의 울림은 섬진강 매화를 광양시 대표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켰다.
한편 송 선생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150년 된 고택(古宅)을 사람들과 공유한다.
어렸을 적부터 국선도와 명상에 심취했던 그는 고택의 이름을 하심당(下心
堂)으로 지었다.
마음 내려놓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죽로차와 전통주를 대접하면서 명상의 지혜를 선물한다.
바다가 가장 낮은 위치에 있어 강물이 모여들 듯, 하심(下心)으로 다져진 그의 진정성에 사람들은 하심당을 되찾는다.
머리로 말하는 사람은 지식전달에 머무른다.
그러나 온몸으로 체휼된 지혜는 대상을 변화시킨다.
산전수전 거치며 긍정적으로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은 내공이 강하다.
에너지론적으로 해석할 때 의식은 뇌와 몸의 협력 현상이다.
지식이 몸에 충분히 스며들어 하나 된 상태에서 묘한 기운이 발산된다.
류현민 한국전인치유연구소장·뷰티건강관리학
발효의 장인들은 발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른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안다.
효소라는 열쇠가 자신에 들어맞는 자물쇠를 찾아내면서 발효가 시작된다. 그 과정에 자장(磁場)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식 아닌 상식이다.
특정 주파수 영역의 진동이 세포 증식을 촉진시킨다는 연구결과는 농업에 음악을 도입하게 했고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생명이라는 드라마의 주역은 분자(단백질)가 아니라 전자(에너지)이다.” 비타민 C를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센트죄르지의 주장이다. 인간의 몸은 전자가 흐르는 반도체이다. 기(氣)가 흐른다는 말이다. 현대과학의 생명 사상은 부분부분이 모여 전체 이상을 이루는 창발(emergence)을 설명한다. 생명 구성요소들의 수수(授受) 작용에 의해 전일성(全一性)의 무한복제가 일어난다. 발효에 의해 효소가 증식하는 저변에 에너지 장(場)의 원리가 숨어 있다. 의상 대사의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이다.
송 선생은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비서(秘書)를 보고 석탄주를 복원했다고 한다.
‘삼키기 아깝다’는 석탄주 복원에 성공한 이후 동일한 방법으로 제조하는데도 매번 맛이 달라진단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술 빚는 자의 마음과 기운이 술에 담긴다는 것.
따뜻한 봄날 매실액이나 간장이 담긴 항아리를 들여다본 사람은 안다.
항아리 안에 액체가 살아서 요동치는 것을 말이다.
식품 레시피보다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
어떤 분야건 마찬가지다. 고수는 자신의 작품에 정신을 담는다.
감동은 그렇게 일어난다.
- 2014년 4월 3일 세계일보중